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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江) 1 강(江) 1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돌아가는 법은 도무지 모른다 흘러갈 뿐이다 강 같은 평화니 강 같은 의젓함이니 얘기하지만 똥, 오줌, 쓰레기 마셔보고 오라 참을만하면 같이 가도 좋다 바다를 만날 꿈을 말하지만 강도 바다도 보이는 건 하찮다 그저 흐를 뿐 그렇게 흘러가다 만나면 없어질 뿐이다 강처럼 살지 말고 네가 강이 돼라 강 같은 평화보다 너의 평화가 좋다 흘러간다는 건 멈추지 않는다는 것 멈추면 똥 된다 썩는다. (사이) 썩기 전에 누군가 마시고 강으로 가지 말고 하늘로 올라갔으면 해. Pixabay로부터 입수된 sabi hyang님의 이미지입니다. 2023. 7. 30.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중 "뱃살이 꾸는 꿈" 뱃살이 꾸는 꿈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쓴 책 중 전체를 가져왔다. 물론 이 책도 전자책으로 읽었다. 나중에 저작권 어쩌고 하면 이 글을 그냥 날리면 된다. 중략할만한 단락을 찾아 날려버리려고 해도 없다. 그만큼 깔끔하단 얘기다. 아래를 일단 읽어보자 샤워 물줄기 속의 뱃살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러다 보면 어긋나버린 사랑에 대한 향수가 떠돌던 옛 SF영화, 타르코프스키 Andrei Tarkovsky의 (1972)가 떠오른다. 저 멀리 우주에는 몽환적인 행성 솔라리스가 있고, 그 솔라리스의 한가운데에는 치열한 사유를 지속하고 있는 '생각하는 바다'가 있다. 지구인들은 '생각하는 바다’를 탐구하고자 우주 스테이션을 건설한다. 그러나 탐구 과정에서 거꾸로 자신들의 과거를 만나게 되고, 그만 미쳐버.. 2023. 7. 29.
시작은 연애편지 대필 시작은 연애편지 대필 “철수야 놀자” 친구들이 제 이름을 부르며 놀자고 합니다. 전 대꾸조차 안 합니다. 그런데 또 “철수야 놀자….” 귀에 익은, 아니 언제나 듣고 싶었던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절 부릅니다. 국민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국민대표 이름 ‘철수’는, 그러나 딱 한 사람 ‘영숙’씨가 불러야 달려갈 수 있습니다. 제 이름 ‘철수’는 영숙 씨가 불러야 온전히 제 것이 됩니다. 어쩌고 저쩌고 ……………………………” 이 수경(수경은 전투경찰 대원의 최상 계급으로 육군의 병장에 해당)은 첫 문장을 읽으며 대단히 흡족해했다. “짜식, 제법이란 말이야.” “야, 근데 너무 내 것 같지 않아서 말이지… 좀 걱정되네.” “아! 참, 이 수경님! 여자들은 일단 좋은 문장이 가슴에 들어오면 그걸 누가 썼는.. 2023. 7. 28.
(시)종로 기러기, 캐나다 기러기 종로 기러기, 캐나다 기러기 젊은 기러기들은 충돌하는 법이 없다 마법사들의 비행처럼 흔적도 없다 몰려오는 것들과 사라지는 것들은 층을 이루어 퇴적되지만 역사화되지 않는다 대낮엔 최루탄, 돌멩이와 쇠주병들이 공중에서 맞짱뜨며 짖어댔지만 저녁 무렵 종로서적 앞은 바글바글해도 멍멍거리진 않았다 만남과 헤어짐만 퍼덕거리다 가라앉을 뿐. P가 부르면 J는 손을 흔들어 부재를 부정하고 K 또는 다른 알파벳 중 하나가 자리를 채우면서 기러기들의 비행법을 이어간다 Y는 Y'가 된 L과 비행하기 위해 서둘러 나왔다가 책을 한 권 사고 L을 부르고 부재는 부정당하고 쌍을 이루어 까만 종로 바닥을 하얗게 비행하다 내일의 수류탄(?)이 될 지도 모를 쇠주를 까고 여기저기 헤어짐이 먹물처럼 퍼진 종로 바닥에 '사뢍한돠'를 토한.. 2023. 7. 26.
정희진 <혼자서 본 영화> 중에서 <슬픔의 노래> 정희진 중에서 연극 의 원작은 정찬의 동명 중편 소설, 제26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다. 연극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무대에 올리고 싶은 이들이 많았으리라. 소설 는 문장의 서술이 ‘연극적’이라는 평이 많았는데, 소설의 주인공도 연극배우다. 원작이 명문장이라 연극도 좋은 대사가 많다. “배우는 무대를 견뎌야 한다. 견디지 못하는 순간 무대가 배우를 삼켜버린다.” 인생과 예술에 대해 이만 한 비유가 없다. 이 연극은 1995년~1996년 처음 공연되었고 많은 상을 받았다. 20주년을 기념하여 2016년에 원년 멤버인 ‘레전드’ 팀과 ‘뉴 웨이브’ 팀으로 더블 캐스팅해 무대에 다시 올렸다. 나는 두 번 모두 보았다. 두 번째도 원년 멤버인 박지일이 나오는 ‘레전드’ 팀 공연으로 보았다 230 page ==.. 2022. 11. 30.
정희진 <혼자서 본 영화> 정희진 고통이 고통스러운 것은 그것이 계속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그 어떤 것도 계속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변한다. 인생무상이라는 말은 인생이 허무하다는 뜻이 아니다. 인생에는 상(常)의 상태가 없다는 것, 즉 삶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의미이다. 그것을 어찌 붙잡을 수 있겠는가. 중에서 97 page =================================================== 사랑한다면,‘배용준’처럼 남자의 삶에서 여자와 소통하기 위해 자아를 조절하는 기간은 연애할 때 몇 개월이 유일하다(여성들은 거의 평생을 남성을 위해 자신을 조절한다). 의 강준상은 이 법칙을 깬다. 준상은 드라마가 방송된 20회 내내 여성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을 버리며, 여성으로 인해 행복해하고 아파한다.. 2022. 11. 29.
모래 모래 얼마나 굴렀을까 버려진 걸까? 흔들린 걸까? 아직 남아 있다는 건 살아야 할 이유 (여기까지 2021년 1월 5일 초안) 버티다 더 구를 수도 구르다 더 날아갈 수도 날아가다 사라질 수도 그런데 아직 남아 있다네 (여기까지 2022년 11월 24일) 2022. 11. 24.
뭉치와 공원 산책 하늘이 너무 멋진 오후 아내와 뭉치하고 집 뒤에 있는 공원 산책 다녀오다 2022. 11. 21.
캘거리 토끼 캘거리 토끼는 회색빛을 띠면서 귀가 유난히 길고 눈이 튀어 나와서 이쁘다는 느낌은 안 듬. 뒷 공원에 득실 거리고 가끔 집 안에 들어와 풀도 뜩고 토끼 똥도 여기저기 남겨놓음. 사람이 와도 안 도망가고 슬쩍 자리만 피함. ㅎㅎㅎ 2019년,2018년 사진을 같이 올림 2022.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