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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오후 하얀 오후 멍하니 구름을 본다 빠르게 사라지는 깊은 침묵들 다시 뭉치지만 하얗게 토한다 바람, 소리 멈추고 토한 자국 지운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옹이들이 옅은 자국 위로 보인다. 갈 수 없는 나라 푸른 안개 황홀하게 없어진 것들 초라하게 남아 있는 나 포개졌다 흘러간 구름처럼 사라지는 건 어렵지 않아 사라지는 걸 보는 게 어렵지 구름이 다시 뭉친 건 옹이를 지우려던 흔적들이 구름처럼 얼룩진 내가 보이니까 빗방울이 똑 똑 링거처럼 몸 안에 들어오고 있는 하얀 오후. (초본 2019년 5월 15일) 2022. 11. 16.
산이 쓴 시 시를 쓰려고 산에 오르다 산이 쓴 시를 만났다. '산다는 건 버티는 거야' 눈이 도로를 휘돌아 달린다. 휘청거리는 차 흔들리는 마음 '뿌리를 더 내려' 눈빨이 자동차를 휘감아 흔든다. 발이 무겁거나 너무 가벼워서 허우적대거나 산이 쓴 시를 바람처럼 맞고 왔다. 눈사람처럼 덮고 왔다. 산 속에 심고 왔다. ============================== *산이 시가 되어버린 1월 1일 1번 하이웨이는 온통 눈이 흘러 다니고 조금 더 깊숙히 뿌리 내린 나무들...... 2022년은 하루하루가 시가 되면 좋겠다는 짧은 시 하나. 2022. 11. 10.
송골매,잔나비 <세상만사> 가제트가 주로 올리는 가요들이 발라드 위주라 가제트가 발라드를 매우 좋아하는 줄 아시겠지만 그건 사실임 ㅋㅋㅋ 그러나 가제트가 좋아하는 음악은 매우 다양해서 헤비메탈부터 롹 그리고 발라드와 재즈까지 그 폭이 넓다고 하겠다 오늘은 롹을 하나 올려볼까나. 학창 시절 전자 기타 빌려서 칠 때 많이 모방했던 그룹이 송골매 그 중에서 기타 리프(riff)가 간단하지만 귀에 쏙쏙 들어오는 곡이 바로 . 그룹 는 그룹 시절에 제 2회 대학 가요제에서 부른 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를 항공대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발표한 1집 타이들이 바로 ! 송골매로 활동할 당시에 나온 , ,등도 가제트가 좋아하고 자주 따라 불렀던 곡들. 가사들이 때묻지 않고 순수한 그런 느낌이면서 꽤 철학.. 2022. 11. 2.
점자(點字) 점자(點字) 이제 점자를 배워야 할까 봐 오마니 담담하게 말씀하시네 낼모레면 떠날 아들 김 나는 밥을 집어 넣다가 아무 말 못하네 점점이 내리다 뭉쳐버린 눈 뭉치들이 꾸역꾸역 기어가고 밥알들도 뭉쳐서 줄지었다 꼬부라졌다 점자를 만들려는지 도무지 내려갈 생각이 없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 보이는 걸 손에 의지하면 보고 싶은 걸 볼 수 있을까 안 보이는 것들이 보이려나 아들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는 오마니 눈이 점점 흐려지고 밥알들은 ‘ㅇ’, ‘ㅓ’ 그리고 ㅁ’을 만들었네 보이는 것들은 안 보이는 것들과 안 보이는것들은 그들끼리 엄마와 아들은 단둘이 그렇게 살다가 눈이 다시 오고 눈끼리 뭉쳐서 세상이 환해지면 안 보여도 볼 수 있을 그 날이. 밥알들이 ‘ㅁ’ 그리고 ‘ㅏ’를 만들었네 아들 얼굴을.. 2022. 11. 2.
봄보로봄봄 봄 봄 봄보로 봄봄봄 봄 매년 느끼는 거지만 캘거리에 상륙하는 봄 군대는 당나라 군대를 닮은 듯이 어수선하게 왔다가 흐느적대며 떠난다. 내가 지금까지 지켜본 그 상륙 작전의 전체적인 진행은 대체로 이렇다. 상륙 본진은 보통 3월 중순 혹은 4월 초에 작전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 본진이 오기 전인 1월부터 3월까지 특수 부대인 시눅팀이 서너 차례, 많으면 대여섯 차례 침투하는데 이 팀이 특공대인지 훈련병으로 구성된 것인지 헷갈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당나라 군대답게 미리 예고를 하고 나타나는 것도 그렇고, 로키 동장군이 지휘하는 막강한 겨울 군대를 우습게 보고는 무작정 진격을 하다가 맥없이 전멸당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가끔 훈련이 잘된 특공대가 급습해서 며칠을 버틴 경우가 있긴 하지만 영하(零下) 대대가 한니.. 2022. 10. 30.
겨울의 뒷모습 겨울의 뒷모습 뒷모습에 새겨진 그림자는 걸을 때마다 뒤척인다 등이 휘어지면 솔기가 삐져나오고 어깨가 내려오면 겨드랑이 비어 가고 무릎이 꺾이면 주름이 늘어간다 허전한 뒤꿈치가 보여주는 허물어진 과거의 영광 동장군의 위용은 어데 가고 흰머리 할배만 초라하게 흔들리는가 굽은 등 뒤에선 녹는 소리 힘들게 돌아보니 흩어진 채 검게 그을린 잔설들! 눈길이 주저앉는다. 따뜻해서 오히려 낯선 풍경! 떠밀리듯 다시 돌아서서 간다. 가도 아주 가진 않고 반 걸음만 그 반에 반 걸음만 햇빛 속으로…. 주:이 시는 수필 의 반대편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서 본 그림입니다. (초본:2019/03/19) 2022. 10. 30.
믿는 도끼 믿는 도끼 Ⅰ 날(日)들을 새어 날 하나를 세운다 낯이 수척할수록 날은 예리해지고 자루를 잡은 손에 믿음이 스며든다. 숲 속의 나무들 가운데서 곧은 나무만 도끼의 은총이 허락되니 나무 허리에 번쩍, 안수한다. Ⅱ 번쩍임에 눈이 팔리면 발등이 찍힌다. 나무 대신 사람이 쓰러지고 많은 날(日)들과 믿었던 날을 바다에 버린다.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서듯(因地而倒 因地而起)[1] 도끼에 찍힌 자 다시 도끼를 만든다. 다른 날(日)들이 새로운 날을 세운다. Ⅲ 찍어도 다시 자라는 나무들처럼 찍혀도 다시 세우는 민초들의 서러운 믿음처럼 믿는다는 건 찍혀도 다시 자루를 잡는 것. 찍힘과 찍음이 도끼 자루에 깊숙이 파여 있다. Ⅳ 수 없이 찍힌 배와 찍은 바다 사이에 파도에 절인 선원들이 있다. 수 없이 찍.. 2022. 10. 30.
빛이 묻는 안부 빛이 묻는 안부 어두운 구멍. 숨어 있기 알맞은 그 곳엔 떠나가지 못한 것들과 떠날 수 없는 것들 때론 다시 돌아온 것들이 뒤엉켜…… 치고받다가 밀려난 놈이거나 고양이 목에 방울 달려고 떠밀린 특공대거나 구멍 밖으로 기어 나오는 스멀스멀한 쥐똥같은 냄새들 납작 엎드린 등 위로 굽은 형광등 불빛이 묻는 따뜻한 안부. 날지는 못해도 기지는 말아라. (원 :2019/10/14 수정 :2022/10/29) 2022. 10. 30.
야행성은 지금도 진행 중 야행성은 지금도 진행 중 늘 야행성이었다. 중, 고등학교 때도 그랬고 대학생 때는 더 말할 필요도 없었고 지금도 여전하다. 아버지는 늘 일찍 주무셨고 일찍 일어나셨기 때문에 부계쪽 유전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리 밑에서 줏어온 아이도 아닌 확실한 이유는 엄마도 나와 같은 야행성이었다. 그 야행의 동반자는 청춘 시대에는 라디오였다가 다시 TV(주로 바둑 그리고 영화), 그리고 최근에는 인터넷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스마튼 폰으로 한국 라디오 심야 방송을 여기 시간으로 아침에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심야 방송이다 보니 대체로 음악이 반, 사연과 그 사연에 대한 진행자의 멘트가 반이다. 내 젊은 날,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 쇼” 혹은 이문세의 “별 밤”을 듣는 기분이다. 사연은 예나 지금이나 사랑 고민이 대부분.. 2022.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