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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밑줄긋기29

다큐 PD 9인의 세상 기록 2 이승준 pd 사람,그 들을 향한 연애편지 중에서 나는 카메라가 돌아간 시간의 양 자체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아도 그 현장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인물들은 삶을 이어간다. 휴먼 다큐멘터리에서 인물들이 변화하는 순간 자체를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변화해 있는 모습을 담아내는 건 가능하고, 그 또한 큰 의미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431 page 다큐멘터리 PD들의 글을 읽다보니 새로운 세상을 접한 느낌이다. 극 영화를 다큐보다 좋아했다. 그렇다고 다큐를 싫어했다는 건 아니지만 웬지 보는게 좀 거북했다. 다른 삶, 그것도 고난의 행군(?)인 그들을 화면으로 보.. 2020. 3. 1.
다큐 PD 9인의 세상 기록 <세상의 끝에서 세상을 말하다> 역시 전자책으로 읽었다. 그 중 영화 를 연출한 이충렬 pd와의 대담 중 한 마디 Q. 다큐멘터리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주로 하잖아요. 연출자가 상황에 개입해도 되느냐 아니면 철저하게 관찰자의 입장을 지켜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충렬 … 그게 왜 논쟁거리가 되는지 모르겠어요. 사람 마음을 100퍼센트 다 어떻게 알겠어요? 그러니 뭐가 진짜인지는 또 어떻게 알겠어요? 저도 늘 고민하는 건데, 제 자신도 뭐가 진짜인지 아직 모르겠어요. 그런데 거기에 사람의 눈을 대신한 게 들어왔어요. 내 눈으로 기록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렇게 나를 대신한 뭔가가 들어오면, 이미 진짜 눈 대신 다른 눈이 들어왔으니 진짜는 사라지는 겁니다. 판타지 같은 건데 그냥 이미지만 남는 거예요. .. 2020. 2. 27.
박웅현 <여덟 단어> 중 "본질" 박웅현 저. 부제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1. 자존 -당신 안의 별을 찾으셨나요? 2. 본질 -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콘텐츠) 3. 고전 - Classic, 그 견고한 영혼의 성 4. 견 - 이 단어의 대단함에 관하여 5. 현재 - 개처럼 살자 6. 권위 - 동의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지 말고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지 말자 7. 소통 -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힘 8. 인생 -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가 닿은 곳에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처럼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 [생각의 탄생]에서 리처드 파인만이 말한 다음 구절을 떠올렸습니다. 현상은 복잡하다. 법칙은 단순하다. (......) 버릴 게 무엇인지 알아내라. ..... 2020. 2. 25.
허수경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중에서 <강> 강 허수경 강은 꿈이었다 너무 먼 저편 탯줄은 강에 띄워 보내고 간간이 강풍에 진저리치며 나는 자랐다 내가 자라 강을 건너게 되었을 때 강 저편보다 더 먼 나를 건너온 쪽에 남겨두었다 어는 하구 모래톱에 묻힌 나의 배냇기억처럼. 허수경 시집 중에서 ===================================== 강은 흐른다. 그래서 비유가 된다. 시가 되고 역사가 되고 기도가 된다. 강은 아득하다. 그래서 고향이 되고 어머니가 된다. 강을 바라보고 한 시간만 앉아 있어도 강이 된다. 내 호가 설강인 까닭이다. 강 연작시만 10편을 썼다. 허수경 시인에게 강은 떠나온 고향이다. 독일과 한국은 강의 이편과 저편이었을까? 2018년에 작고한 시인. 소설가 김영하하고도 친했다고 한다. 이 시는 오래도록 내 .. 2020. 2. 20.
<정희진처럼 읽기> 2 《세 가지 물음》 _ L. N. 톨스토이 며칠 전 어떤 사람이 내게 물었다.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나는 주저 없이 “엄마.”라고 대답했다. 그는 ‘답’이 아니라고 했다. “그럼, 나 자신?” “아니면 통찰을 주는 예술가?” 나는 계속 틀렸다. 답은 “지금 접촉하고 있는 사람.”이다. 톨스토이의 우화 〈세 가지 물음〉에 나오는 질문 중 하나다. 이 장편(掌篇)은 지혜를 찾는 왕이 각계 전문가들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하는 이야기다. 가장 소중한 때는? 가장 소중한 사람은?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지금 할 일은? 아무도 답하지 못했으나 왕이 체험함으로써 결국 스스로 깨우친다.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대개 자기 자신, 가족, 연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2020. 2. 19.
<정희진처럼 읽기> 중에서 전차잭 목록을 죽 훑어 보던 중 조금은 건방져 보이는 책 제목을 마주했다. 나처럼 읽어보아라? 어라! 어찌보면 깜찍하지만 당돌한 제목에 끌렸다. 어차피 비주류의 책들을 즐겨 보아왔던터라 그래, 한 번 붙어보자. 1주일 동안 이 책만 읽었고 난 KO되었다. 2박 3일 에드몬튼에 여행 가서도 밤엔 이 책만 읽었다. 여성학자라는 분류가 무색하게 다방면에 걸친 그녀의 지식의 방대함에 일단 주눅이 들었다. 그녀가 쓴 글 송곳에 여러군데 찔리기도 하였지만 그 상처는 오히려 힐링이 되었다. 지금까지 되도록 여성,약자의 편에 섰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아직 멀었다는 생각. 한 단락을 끝내고 나선 가제트의 생각을 적고 그 짓을 반복하느라 꽤 더디게 읽은 책 중 하나. 그 중 몇 마디를 소개한다. 책 속에 진리가 있다는 말은.. 2020. 2. 18.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2 역사의 몇 안 되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 다음에는 의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는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 요즘 나는 이메일을 휘갈겨 쓰고 지구 반대편으로 전송한 다음 몇 분 후에 답장을 받을 수 있다. 과거의 모든 수고와 시간을 절약했다. 하지만 내가 좀 더 느긋한 삶을 살고 있는가? (135 page) (가제트의 밑줄 : 그런데 사실 느긋한 삶이란 없다. 환상이다. 이메일이 없던 시기에도 매일 먹고 살기에 바뻤다. 요즘은 이메일로 바쁘긴 하다. 그 놈의 스팸 메일로...) 농사 스트레스는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것은 대규모 정치사회 체제의 토대였다. 슬.. 2020. 2. 11.
이기주 <한 때 소중했던 것들> 중에서 그즈음 나는 사소하지만 꽤 중요한 질문을 받았다. 어느 날 식사 자리에서 “전 글쓰기가 두렵고 힘들던데요. 당신은 왜 쓰는지 물어봐도 될까요?”라는 의문문이 내 가슴을 향해 달려들었다. 목구멍을 격하게 치받고 올라오는 대답이 있었는데, 난 그걸 깊숙한 곳에서 건져올린 다음 천천히 펼쳐놓았다. “저 역시 글을 쓰는 일이 두렵고 힘들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반대의 상황을 가정하곤 합니다. 만약 글을 쓰지 않고 살아간다면 어떨까? 아마 전 하루도 못 버틸 겁니다.” “네? 왜요?” “음, 제 경우엔 글을 쓸 때 수반되는 고통보다 글을 쓰지 않을 때 생기는 고통이 훨씬 크고 무겁거든요. 언젠가부터 전 큰 고통을 버리고 작은 고통을 취하며 사는 것 같아요. 글 쓰면서 사는 삶을.” “큰 고통이 아니라 작은 고통이.. 2020. 2. 10.
이병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에서 (두번째) 나에게도 ‘빨간 날’들로만 가득 찬 날들이 있었다. 나에게 말을 걸기 위해 비행기를 탔고 나에게 말을 거느라 눈이 시뻘게지도록 걷는 날들이 많았다. 그러다 심심하면 케이크 한 상자를 사서 하루 종일 들고만 다녔다. 매일매일 기념일이었다.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되었으므로, 원고를 쓰지 않아도 되었으므로. 어느 낯선 곳에 도착해서 역에 나가 한참을 앉아 있다 돌아오는 일이 좋았다. 기차 시간표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가야 할 목적지를 찾은 듯이 하루 동안의 기차 시간표를 수첩에 옮겨 적고는 되돌아오는 길에 ‘난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야. 이곳만으로도 충분하니까’라고 중얼거리는 것. 그것은 기념일에 어울리는 대사였다. (211page 잘 다녀와 중에서) 그런 사람들을 만날 적마다 이상하게 속이 시원히 뚫리는 기.. 2020.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