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허수경
강은 꿈이었다
너무 먼 저편
탯줄은 강에 띄워 보내고
간간이 강풍에 진저리치며
나는 자랐다
내가 자라 강을 건너게 되었을 때
강 저편보다 더 먼 나를
건너온 쪽에 남겨두었다
어는 하구 모래톱에 묻힌 나의
배냇기억처럼.
허수경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중에서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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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흐른다. 그래서 비유가 된다.
시가 되고 역사가 되고 기도가 된다.
강은 아득하다. 그래서 고향이 되고 어머니가 된다.
강을 바라보고 한 시간만 앉아 있어도 강이 된다.
내 호가 설강인 까닭이다. 강 연작시만 10편을 썼다.
허수경 시인에게 강은 떠나온 고향이다.
독일과 한국은 강의 이편과 저편이었을까?
2018년에 작고한 시인.
소설가 김영하하고도 친했다고 한다.
이 시는 오래도록 내 노트 속에 있었다.
오늘 그 시를 꺼내본다.
강이 그리운 까닭이다.
한국의 강이, 졸졸 흐르는 그 강, 어머니같은 그 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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