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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는 것들/뮤직 노트

가을에 불러보는 노래 10-최헌 <가을비 우산속>

by 가제트21 2020. 11. 24.

캘거리의 가을과는 다르게 한국의 가을은 추적추적 비가 곧잘 온다

태풍과 무더위로 끈끈하게 이어졌던 한국의 여름을 헉헉거리며 버텨낸 사람들은

가을의 단풍과 시원함을 가슴으로 느끼지만

때때로 적셔오는 빗줄기는 가슴을 촉촉하게 만든다

 

봄비에 대한 노래도 있고 겨울비도 있지만

비는 가을에 내려줘야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음은

바로 그 촉촉함 때로는 축축함 때문이리라

 

봄비가 첫 키스의 설렘과 비견된다면

가을비는 이별의 키스와 같은 것일까

가을비를 맞고 걸을 때 몸을 부르르 떨게 하는 그 스산함이

이별할 때의 그 느낌과 비슷한 것이리라

 

봄비가 피어나는 꽃 봉오리와 파릇하게 올라오는 나뭇잎에 맺히는

생명의 떨림과 더불어 내려오는 퐁퐁 튀는 분위기라면 가을비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가을비는 노랗게 혹은 빨갛게 변해버린 나뭇잎 위에 떨어져서

더 축 늘어지게 만들어 아예 낙엽으로 만들어 버리며

힘든 직장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주막에 들러 소주 한 잔을 걸친 다음

그때쯤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는 가을비를 주막의 문 앞에서 바라보다가

그래도 돌아가야 할 곳은 가족이 있는 집이라며 떨어진 낙엽을 밟는

바바리코트 아저씨의 구부정한 뒷모습에서 무성의하게 떨어지는

그 축축함으로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그 노래를 다른 사람도 아닌 허스키 보이스의 최헌이 불렀기에

이 가을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건 아닐까?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 갔나

아픈 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이는

가을비 우산 속에 이슬 맺힌다"

 

바로 그 바바리코트 아저씨 같은 최헌이기에

비가 오는 가을날의 저녁이면

주막이 들어선 골목에선 젓가락 소리와 함께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를"로 시작하는 가을비 우산 속이 돌림노래 부르듯

흘러나오면서 가을비를 맞이하고 보내는 것이다.

 

캘거리처럼 가을에 비가 잘 내리지 않는 곳에서

그래서 이젠 잊힌듯한 노래가 되어버린

가을비 우산 속!

 

20대 후반의 어느 비 오는 가을날 불렀으리라 생각되는 그 노래 

이젠 떠나간 최헌을 그리워하며

오랜만에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따라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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