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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는 것들/뮤직 노트

가을에 불러보는 노래 5-김민기 <가을 편지>

by 가제트21 2020. 11. 2.

한바탕 가을 눈(雪)에 곤혹을 치룬 캘거리안들의 입에 날씨 이야기가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주렁주렁 달려있다.
차라리 편지나 쓰지.

외로운 여자에게 또는 헤메인 여자에게 아니면 모르는 여자에게...

그렇게 쓰고 지우고 다시 쓰던 편지를 더 이상 쓸 수 없음인가?

겨울로 변신했다가 다시 가을이 되어버린 철없는 계절의 장난에 흔들려 더 이상 연필이 손에 잡히지 않음인가?

노래로 대신 편지를 써보자.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헤메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최양숙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성악가답게 <가을 편지>를 세느강에 곱게 떠내려가는 노란 낙엽같은 목소리로, 쓰다만 편지를 대신 써주는 누이같은 세심한 마음으로 부른다.

그 이후 패티김,이동원,양희은,강인원,조관우,박효신,보아등 가창력과 감정 표현에 자신이 있다는 가수들은 이 노래의 리바이벌 대열에 참여한다.

그런만큼 노래는 각 가수들의 특징을 살린 색깔로 가을 바람을 타고 우리들 가슴을 토닥여 준다.

 

때로는 비어 있는 우체통을 바라보며 영화 <시월애>의 주인공이 된듯한 기분을,

또 때로는 흩어진 낙엽을 밟으며 <시몬 너는 아는가...>를 읊조리는 시인의 마른 입술을,

아니면 밤사이에 구겨진 편지지로 가득 담겨진 쓰레기통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화가의 퀭한 눈을,

보낼 곳이 없지만 그래도 이 가을에 어딘가에 편지를 쓰고싶은 우리들의 그 무엇을 대신한다.

그래서 작사가인 고은 시인은 '편지를 쓰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편지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

 

가을이란 그런 것이다.

'가을'이라고 나즈막히 부르기만해도 나에게로 온 누님같은 국화꽃처럼

나의 무엇이 되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런 아름다운 여인들을 위해 '편지를 하는'......

 

그러나 그 누구보다 이 노래로 가을을 포근하게 만드는 가수는 이 노래의 작곡자이기도 한 김민기이다.

최양숙의 음반 작업에 작곡자로 참여한 김민기는 이 곡의 기타 반주를 맡으며 잘 어우러진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아무래도 <김민기 1집>에 수록된 <가을 편지>의 이병우씨의 클래식 반주에는 못미치는게 사실이다.

그런 이병우의 반주는 노을이 깔린 초가을의 골목길을 걷고 있는 트랜치 코트 신사의 묵직하지만 약간은 음산한 발걸음같은 김민기의 목소리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이런 것이 제대로 된 가을의 맛이다.

그런 가을의 맛을 들으며-YouTuve에 <가을 편지>가 제법 올라와 있으니 골라 들으시면 된다.

아래 두 영상은 가제트가 선호하는 영상이다.

 

오늘 밤은 고국의 가을을 타고 있는 친구나 부모님 또는 옛 애인-들키지 않도록(?) 조심하자-에게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1971년 초판이라고 되어 있다.

LP에서 직접 녹음한 듯 지직거리는 소리가 오히려 정답다.

 

 

 1993년도 판이라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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