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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는 것들/뮤직 노트

가을에 불러보는 노래 2

by 가제트21 2020. 9. 24.

8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중에서 조용필과 이문세를 빼놓고 말한다면 할 말이 별로 없다.

가을 노래 두번째로 택한 가수가 이문세.

화염병과 최루탄으로 얼룩진 시대를 살았던 젊은이들의 가슴을 그들의 언어로 따뜻하게 위로한 이문세와 고(故)이영훈을 이 시간에 잠시 추억하는 것도 가을을 보내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이 글의 주제가 가을에 대한 노래이기에 이문세와 이영훈이 같이 작업한 그들의 탁월한 앨범인 <이문세 3,4,5집>(난 다 샀다)을 다 이야기 할 수 없는것이 많이 아쉽지만....

 

가을과 관련된 이문세의 노래 중에 생각나는 것은 '가을이 오면<이문세 4집(1987)>'과 '시를 위한 시<이문세 5집(1988)>'인데 '가을이 오면'은 그 가사 중에 '가을'을 빼고 '봄'을 바꿔 넣어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가을에 대한 노래가 아니라 사랑하는 감정을 가을에 끼워 맞춘 듯한 노래로 생각되어진다.

물론 그렇다고 이 노래가 폄하되는건 아니다.

단지 가을을 노래한 노래로 이야기하기엔 다른 노래가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를 위한 시'는 이문세 노래 인생의 동반자였던 고(故) 이영훈씨의 탁월한 솜씨가 묻어나는 작품인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 노랫말이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왜냐하면 이 노래의 특이한 점이 내가 죽걸랑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자와의 사별과 남은 자의 심정을 노래한 것으로는 김민기의 '친구', 그룹 사운드 Fevers의 '가버린 친구에게 바침'등 몇 곡이 떠오르지만 그 반대를 노래한 것은 내가 아는 한 이 노래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꽃이 떨어지고,별이 가을로 사라지고, 내가 바람이 되어도 라는건 내가 죽거든이란 뜻이고, 그래도 언제까지나 그대를 생각한다는, 이를테면 시적인 유언과도 같은 내용인데 그게 참,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시를 위한 시'는 이젠 남아 있는 당신이 시가 되어, 떠난 시(나)를 위해 시(노래)를 불러 달라는 것이다.

노을진 구름과 언덕으로 나를 데려가 주고 그 위에서 별을 보고 바람을 느끼면서....

 

최고의 가창력은 아닐지라도 고음 처리가 자연스러우며, 마지막 음절을 목구멍으로 말아 먹으면서 약간 꺽어 버리는 이문세의 독특한 창법에 딱 들어 맞는 곡인데 근래에 아이돌 스타들이 리메이크한 노래들도 나와 있으나 내가 보기엔 문세 오빠(?)를 따라 오기엔 영혼의 울림쪽에서 조금 모자른듯....

 

이 노래는 내용처럼 떠나는 자와 남아 있는 자 간의 영혼의 끌림같은 걸 표현해야 하는데...

스테디 싱어-이런 용어가 있나?,아니면 장수하는 가수-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걸랑.  

 

바람이 불어 꽃이 떨어져도

그대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내가 눈감고 강물이 되면

그대의 꽃잎도 띄울께


나의 별들도 가을로 사라져

그대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내가 눈감고 바람이 되면

그대의 별들도 띄울께


이 생명 이제 저물어요

언제까지 그대를 생각해요
노을진 구름과 언덕으로

나를 데려가줘요

 

오늘 한 번 불러보자.

가을로 사라진 어느 별을 생각하며....
 

사실 지금까지 발표된 수 많은 가요 중에서 가을에 불러보고 싶은 노래를 찾는다는 건 좀 무모하다 싶기도하며 ,가을이라는 하나의 계절에 맞춘 노래를 둘러 본다는 자체가 별 의미없는 작업일 수도 있다.

그러나 타국에서 맞는 가을, 그것도 귀성전쟁이니 뭐니 하는 그런  뉴스를 들을 때마다 가지게 되는 어쩔 수 없는 향수를 이런 식으로 달래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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