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오면서 대부분의 책은 기증하거나 지인들에게 주고 왔다.
아이들이 좋아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그리스.로마 신화 전집
그리고 이야기 세계사,이야기 한국사등의 전집을 제외하곤
내가 계속 읽을만하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추리고 추려 300권정도만 골라서 가져온 것 같았다.
그런데도 와서 책만 정리하다보니 책장 세개에 가득.
휴 버리지 못하는 것도 병이구나.
여기까지 데리고 왔는데 읽어줘야지..
했는데
이민살이가 만만치 않다보니 그건 헛된 꿈.
그런데 그 중엔 시간이 나면 뒤적이게 되는 책도 있다.
오늘 그 중에 하나를 펼쳤는데
내가 가장 아끼는 시집 두 권-김수영 시집,신동엽 시집-중 하나인 신동엽 전집.

아무데나 펼쳐도 아직도 좋다.
그 중 눈에 들어 온 江

96페이지에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江 이란 제목의 詩
"나는 나를 죽였다" 로 시작되는 강렬한 시
신동엽!
암울한 70년대에 시와 몸으로 살았던 시인.
"껍데기는 가라"와 "4월은 갈아업는 달","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등
귀한 시를 지은 시인.
서사시 "금강"으로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든 시인.
그러나 오늘은 江 이란 이 시가 나를 겨울의 차가운 강물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두가 숨 죽이고 거리를 두고 있는 이 때.
내가 나를 죽이라 한다.
그래야 산다고.
오랜만에 신동엽 전집을 천천히 읽으면서 당시에는 스쳐 지나갔던 시를 하나 발견하고
천천히 죽는다.
나는 나를 오늘 저녁 죽였다.
ㅎㅎㅎ
내일 다시 살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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