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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밑줄긋기

신동엽-강( 江)

by 가제트21 2020. 4. 29.

이민 오면서 대부분의 책은 기증하거나 지인들에게 주고 왔다.

아이들이 좋아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그리스.로마 신화 전집

그리고 이야기 세계사,이야기 한국사등의 전집을 제외하곤

내가 계속 읽을만하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추리고 추려 300권정도만 골라서 가져온 것 같았다.

 

그런데도 와서 책만 정리하다보니 책장 세개에 가득.

휴 버리지 못하는 것도 병이구나.

여기까지 데리고 왔는데 읽어줘야지..

했는데

 

이민살이가 만만치 않다보니 그건 헛된 꿈.

그런데 그 중엔 시간이 나면 뒤적이게 되는 책도 있다.

오늘 그 중에 하나를 펼쳤는데 

내가 가장 아끼는 시집 두 권-김수영 시집,신동엽 시집-중 하나인 신동엽 전집.

 

 

 

1990년 5판 발행된 책. "90년 11.12일에 고대앞 서점에서 삼" 이라고 적혀있음

 

 

아무데나 펼쳐도 아직도 좋다.

그 중 눈에 들어 온 江

 

 

 

96페이지에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江 이란 제목의 詩

 

"나는 나를 죽였다" 로 시작되는 강렬한 시

 

신동엽!

암울한 70년대에 시와 몸으로 살았던 시인.

"껍데기는 가라"와 "4월은 갈아업는 달","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등

귀한 시를 지은 시인.

서사시 "금강"으로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든 시인.

 

그러나 오늘은 江 이란 이 시가 나를 겨울의 차가운 강물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두가 숨 죽이고 거리를 두고 있는 이 때.

내가 나를 죽이라 한다.

그래야 산다고.

 

오랜만에 신동엽 전집을 천천히 읽으면서 당시에는 스쳐 지나갔던 시를 하나 발견하고

천천히 죽는다.

 

나는 나를 오늘 저녁 죽였다.

ㅎㅎㅎ

내일 다시 살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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