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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는 것들/자작시

우린 어쩌면

by 가제트21 2020. 3. 5.

                  

Pixabay License / Ninifee 

  

 

우린 어쩌면

 

 

 

우린 어쩌면 바닷가를 걷고 있는지도 몰라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하던 곳

파도도 끝이라고 밀어부치는 경계선

그림자는 발끝에서 시작한다

 

모래를 만난 파도 몇 가락이

발가락을 치고 올라오다

맨 살에 데어 하얗게 구겨진다

발바닥이 뜨겁다

 

옆으로 걷는 게가 

모서리에 위태롭게 서 있는 발가락에 걸린다

게는 세상의 끝을 만난 것처럼 납작 엎드리고

나는 일용할 양식을 만나 구원의 작은 조각을 얻을 때

 

신(神)의 자비처럼 게를 놔준다

 

우린

앞으로 간다면서

게처럼 옆으로 걷는걸까? 어쩌면

 

그러다가 신의 자비를 만나

바위 틈으로 숨어 들어가

다른 세상의 처음을 읽는

모래 위 소라처럼.....

 

Pixabay License / Dictionary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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