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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는 것들/수필,꽁트,기타

돼지에게 개가

by 가제트21 2020. 2. 28.

돼지에게 개가.

                                                                            

 

가끔은  속에 잠자던 추잡한 것들이 급박한 상황을 만나면 저지할 틈도 없이 쏟아져 나올 때가 있다

 

이웃 사랑, 인간에 대한 배려,  뺨을 때리면 오른뺨을 내밀라  주옥같은 말씀들이 들어오면서  냄새 가득했던 마음이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발효되기 시작한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갑자기 곰팡이가 급속히 번지며 마음을 순식간에 갉아먹더니 벼락 맞은 것처럼 입이  갈라지면서 터져 나온  마디.

X XX” 잠자고 있던 한국말로  욕이었다

 

 한국말이 튀어 나왔는지, 사건 현장을 녹화 필름으로 다시 보자

 

 

Walmart in the Winter Snow. Image credit:  Mike Mozart / Flickr.  Licensed by  CC by 2.0.

밤새 내린 눈으로 빠득거리는 월마트 주차장에 대충 주차하고(선이  보여서 다들 대충 주차한 상태였다), 장을 보고 나오는 길이었다. 보통은 앞면 주차가 보통인데  빠득거리는 주차장 사잇길에서 후면 주차를 하려고 사람들을 계속 보내면서 연신 후미 등을 깜박거리는 미니 밴이 한복판에서 부릉거리고 있었다.

 

 역시 추운 날씨에 빨리 차를 타려고 빠른 걸음으로   옆을 지나고 있었다. 갑자기  차가 후진을 하면서 거의 나를  뻔한 것이다. 나는 놀라서 후다닥  차를 스치듯 피하였다. 어이가 없어서 지나치면서 빤히  운전자를 쳐다보는데, 웬걸 나를 향해 뭐라고  안에서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건대  자기 차가 후진하려는데  옆을 지나가 였을 것이다. 썬글라스를  돼지급의 뚱뚱보였다. 보통 돼지급 선수들은 마음만은 대체로 넉넉한데  돼지는 까칠했다

 

문제는 들리지도 않는 소리에 기울어진  마음이었다. 그동안 마음에서 차근차근 올라오던 발효가 멈추더니 갑자기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안에 있는 돼지에게 말할 수는 없어서  거지 같은   보겠네라는 참으로 순화된 말을 창문을 통해 날리고  차로 빠르게 걸어왔다.

 

그런데 문제가  악화되었다. 차에서 내린 돼지가 갑자기 나를 향해 큰소리로 뭐라고 하더니 돌아본 나를 향해  돼지 앞발(?)의 가운데 발가락  올린 것이다. 드디어  안에서 잠자던 곰팡이들이 전부 깃발을 들기 시작했다. 모여라 꿈동산이 아니라 모여라 입술로.

 

순식간에 모인 곰팡이들이 빠르게 터지고 말았다. “  XX ”. 돼지에게 격이 높은 개라니 순간적으로 아차 했지만 이미 터진 댐이었다. 빠른 속도로 모이기 시작한 살아 있는 곰팡이들이 계속 쌓이면서 후속타로 무언가를 계속 쏟아내긴 했는데 무엇을 들이부었는지 입술이  일을 머리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마치 왼뺨이 맞은 것을 오른뺨이 모르는 것처럼.(이 비유는 전혀 맞지 않는데 마음에는 쏙 든다)

 

  돼지도 뭐라고 울부짖었는데 당연히 해석이  되었고 해석할 상황도 아니었으며 해석해서는   소리였다.  돼지는 해석   소리만 남겨놓고 월마트로 뒤뚱뒤뚱 사라져 버렸다.

내가 쏟아부은 '강아지의 속된 애칭'들과  돼지가 공중에 흩뿌려 놓은 '돼지 새끼'들이 아침의 햇살과  눈에 반사된  위에서 찬란하게 똥을 싸고 있었다. 

 

일단 너무 추워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한참을 개처럼 헥헥대며 앉아 있었다.  쌓인 아침이었고 무엇보다 씩씩한 하루를 시작하려는 출발점이었다. 무엇이 잘못되어서 이런 개소리로 아침이 얼룩지었던가. 태양은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고  숨소리는 천천히 낮아지기 시작했다.

 

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장을 보고 차로 돌아가는 주차장 . 후진하던 차를  보고 후다닥 피했던 . 그걸 보고 욕한 뚱뚱한 백인. 그걸 보고 뭐라 하던 . 그걸 보고 욕하던 돼지. 그걸 보고  욕하던 . 

 

Pixabay License
Pixabay License

 

머리가 정리되면 다음은 마음이다.   참아야 했나? 가운데 손가락을 보고도 참으면 그것이 바로 개가 아닐까? 마음은 여전히  갈래다.

 

결국  싸고  닦지 못한 채로 어기적거리며 차를 몰고 나왔다. 산다는 건 항상 이런 식이다. 길은   하나인데 어느 쪽인지 알지 못한  운전하는  말이다. 

이럴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해석만 있어도 마음은   편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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