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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는 것들/자작시

새해, 들판을 걷는다

by 가제트21 2020. 1. 15.

새해, 들판을 걷는다

 

들꽃은 혼자 피지 않는다
들풀은 홀로 살지 않는다

많은 이름없는 잡것들과  밑에 파묻힌 거친 발자국들,

속상한 관절통과 바로 옆의 말랑말랑한 옹알이들,

찢긴 해고 통지서와 토끼들이 점점이 뿌리고  메마른 검정콩들이
세모의 겨울 들판에 섞여있다.

 달력의  장이 솟아 오른  시각,
인간들은 불꽃을 하늘로 쏘며 소망을 값없이 재잘대고
차들은 경적을 어둠 속에 쏟아놓고
 해를  묵힌 축배가 찰랑거릴 

캄캄한 들판,
까칠한 예쁜 풀들과
검푸른  자국들과
하얗게 퍼진 치료제,
꺼억 거리는 울음과
토닥거리는 바람이

천천히 서로를 돌아본다.

불꽃보다  환해진다.

희망들이 하늘로 올라 번쩍거리며 () 

들판은 지나간 것들을  땅에 묻는다.

묻혀서 묵힌 것들이 다시 일어서면

새로운  해가 비로소 희망적이 된다.


새해는 소망을 하늘로 올려서 희망적인 것이 아니라
묵혀서 사라지는 한숨들과
어루만지다 스며드는 바람,

눈물을 닦아주는  손에서 희망적이 된다.

 덮인 들판을 걷는 새해는 언제나 희망이다

겨울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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