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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2

겨울의 뒷모습 겨울의 뒷모습 뒷모습에 새겨진 그림자는 걸을 때마다 뒤척인다 등이 휘어지면 솔기가 삐져나오고 어깨가 내려오면 겨드랑이 비어 가고 무릎이 꺾이면 주름이 늘어간다 허전한 뒤꿈치가 보여주는 허물어진 과거의 영광 동장군의 위용은 어데 가고 흰머리 할배만 초라하게 흔들리는가 굽은 등 뒤에선 녹는 소리 힘들게 돌아보니 흩어진 채 검게 그을린 잔설들! 눈길이 주저앉는다. 따뜻해서 오히려 낯선 풍경! 떠밀리듯 다시 돌아서서 간다. 가도 아주 가진 않고 반 걸음만 그 반에 반 걸음만 햇빛 속으로…. 주:이 시는 수필 의 반대편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서 본 그림입니다. (초본:2019/03/19) 2022. 10. 30.
새해, 들판을 걷는다 새해, 들판을 걷는다 들꽃은 혼자 피지 않는다 들풀은 홀로 살지 않는다 많은 이름없는 잡것들과 그 밑에 파묻힌 거친 발자국들, 속상한 관절통과 바로 옆의 말랑말랑한 옹알이들, 찢긴 해고 통지서와 토끼들이 점점이 뿌리고 간 메마른 검정콩들이 세모의 겨울 들판에 섞여있다. 새 달력의 첫 장이 솟아 오른 첫 시각, 인간들은 불꽃을 하늘로 쏘며 소망을 값없이 재잘대고 차들은 경적을 어둠 속에 쏟아놓고 한 해를 더 묵힌 축배가 찰랑거릴 때 캄캄한 들판, 까칠한 예쁜 풀들과 검푸른 멍 자국들과 하얗게 퍼진 치료제, 꺼억 거리는 울음과 토닥거리는 바람이 천천히 서로를 돌아본다. 불꽃보다 더 환해진다. 희망들이 하늘로 올라 번쩍거리며 멸(滅)할 때 들판은 지나간 것들을 다 땅에 묻는다. 묻혀서 묵힌 것들이 다시 일어서.. 2020.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