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푸른 밤1 이병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에서 아주 푸른 밤 당신이 맘에 든다. 내가 누군가를 맘에 들어한다는 것은 푸른 바다 밑, 심연 속으로 당신을 끌어내리고 싶어한다는 것. 그러면 당신은 눈을 뜨고 나를 보는지 아니면 두려움에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마는지 실험하고 싶은 것. 그러니까 다시 말해 고속도로에서 속력을 내면서 옆자리에 앉은 당신에게 키스를 하고자 했을 때 당신이 나를 따라 눈을 감는지 아니면 두려워 정면을 보고 있는지 알고 싶은 거다. 칠레에서 서른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달려야 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지도 않아 버스 안에서 죽겠구나 싶었지만 대여섯 시간을 잠으로 흘려보낸 뒤 문득 올려다본 파란 밤하늘 덕분에 일순간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 빈 옆자리의 의자도 내가 앉은 의자처럼 뒤로 눕힌 다음 몸을 비스듬히 눕혀 밤하늘을 올.. 2020. 2.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