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1 (꽁트)빈대 빈대 “우리는 음지에서 살고 양지를 흡입한다” [1] 아침에 부랴부랴 나가다 보면 늘 마주치는 현관 위에 걸려 있는 가훈 액자. 오늘도 모친은 여수와 더불어 그 액자를 슬쩍 보더니 천 원짜리 한 장을 준다. 점심, 저녁, 버스, 담배 값으로. 부친이 30년 직장 생활 동안 머릿속에 주입된 원훈을 자신에게 알맞게 변조한 후에 집안 식구 모두에게 따라 하도록 만든 가훈이다. 여수 본인도 그 가훈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체질에 맞는지 부친보다 더 양지를 흡입했다. 천 원짜리 한 장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지만 아마도 저녁이 되어서야 비로소 꼬깃꼬깃해진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점심을 위해서 천원이 나올 필요는 없었다. 단지 학교 식당 배식기 옆의 수저통에 놓여있는 쇠 젓가락 한 세트면.. 2022. 10.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