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1 이기주 <한 때 소중했던 것들> 중에서 그즈음 나는 사소하지만 꽤 중요한 질문을 받았다. 어느 날 식사 자리에서 “전 글쓰기가 두렵고 힘들던데요. 당신은 왜 쓰는지 물어봐도 될까요?”라는 의문문이 내 가슴을 향해 달려들었다. 목구멍을 격하게 치받고 올라오는 대답이 있었는데, 난 그걸 깊숙한 곳에서 건져올린 다음 천천히 펼쳐놓았다. “저 역시 글을 쓰는 일이 두렵고 힘들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반대의 상황을 가정하곤 합니다. 만약 글을 쓰지 않고 살아간다면 어떨까? 아마 전 하루도 못 버틸 겁니다.” “네? 왜요?” “음, 제 경우엔 글을 쓸 때 수반되는 고통보다 글을 쓰지 않을 때 생기는 고통이 훨씬 크고 무겁거든요. 언젠가부터 전 큰 고통을 버리고 작은 고통을 취하며 사는 것 같아요. 글 쓰면서 사는 삶을.” “큰 고통이 아니라 작은 고통이.. 2020. 2. 10. 이전 1 다음